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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숙 씨 사건과 언론의 범죄

기사승인 2019.12.12  17:3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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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대한 사실 감춘 연합뉴스의 악의적 기사

양경숙 씨 사건에 대해 여러 가지 제보와 자료를 많이 받았지만, 재판정에 가본 일은 없었다. 심지어 고소인까지 모르는 사이도 아니기 때문이었는데 오늘은 작심하고 재판정에 직접 가봤다. 진행 상황을 보건대 결심공판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재판정 제일 앞자리에 아주 젊은 기자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법정에서 노트북까지 꺼내놓는 기자는 보기 드문데 요즘은 법원이 이를 허락하는지, 누군가 연합뉴스 기자라고 알려줬다. 연합뉴스쯤 되면 제대로 쓰겠지 하고 무심히 넘겼는데 좀 전에 누군가 카카오톡으로 뉴스 링크를 보내왔다. 읽어본바 솔직히 어이가 없을 정도다. 오늘 재판에서 제일 중요한 대목은 물증에 관한 변호인들의 변론이었는데 이 부분은 아예 없다.

사건의 대략은 이렇다. 2012년 양 씨가 구속되기 이전에 마포구에 소재한 어느 빌라 한 채를 차명 매입했는데 이를 돌려달라고 고소인에게 요구한 게 발단이다. 고소인인 정 모 씨는 자신 명의의 차용증과 계약확인서 등을 양 씨가 제시하였는데 이는 위조된 것이므로 사문서위조 및 행사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고소했다.

5년여 감옥살이뿐만 아니라 이전의 수사 과정에서 모든 서류 등을 검찰에 압수당한 양 씨로서는 진본 차용증 등을 찾을 수 없었던 게 어쩌면 당연하다. 양 씨는 이를 당시에 고소인과 함께 촬영한 사진 등으로 증명하는 과정에서 사라진 페이스북 글 하나를 되살리는 실수를 저질러 법정구속을 당하는 처지가 됐다.

사문서 위조 혐의를 받은 차용증과 계약확인서 사진

문제는 이제부터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 이 글이 다음 블로그와 연동하도록 해놨는데 블로그 글이 그대로 있었다. 당연히 날짜는 2012년도이고 포렌식 감정 결과도 그렇게 나왔다. 변경된 것도 없으며 사진도 당시의 사진이라는 뜻이다. 이어서 문서 감정도 행해졌다. 고소인 명의의 차용증 원본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문서감정실이 감정한 결과를 변호인이 오늘 법정에서 설명하는데 그전에 앞서 검찰의 공소장을 거론하면서 공소장에 따르면 임대차계약서의 주소 부분을 오려내 복사해서 위조문서를 만들었다는 것인데 맨눈으로 보더라도 복사를 해서 옮겨붙였다는 부분의 도장이 더 선명한 게 상식적이지 않으며 일부 필체를 거론하면서 확연히 다르다고 설명하고 있다. 공소사실을 증명하는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나아가 문서의 작성 시기와 관련해 대검 문서감정실은 2012년 4월과 2016년 5월 임대계약서 등과 비교해 화학반응을 해본바 2017년 5월 이전에 작성했다고 볼 수 있으며, 다만 오차가 있으므로 완전히 확정하기는 곤란하다는 게 감정의 결과라고 변호인이 설명했다.

그런데 문제는 피고인인 양 씨는 2017년 5월에 석방되었다는 사실이다. 비록 완전히 확정할 수는 없지만, 그 이전에 작성되었으리라고 추정된다는 대검의 감정 결과를 토대로 보면 양 씨가 감옥에서 문서를 위조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뿐만 아니라 양 씨는 해당 차용증과 계약확인서 등을 2012년 수감 이후에도 여러 차례 다수의 변호인에 사본을 제공하였으며 고소인 정 씨 등을 포함해 여러 사람에게 내용증명을 통해 거론한 사실도 확인되고 있다.

또한, 포렌식 결과 진본과 똑같음을 확실히 알 수 있는 서류의 사진이 존재하는바, 누가 보더라도 이 서류들은 적어도 2017년 5월 이전에 만들어졌다는 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증거라 할 물증의 신빙성은 사라졌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남은 건 차용증 등의 내용으로 말미암아 거액의 이익이 극명하게 갈리는 고소인의 진술뿐인데 이 또한 신빙성이 없다는 게 오늘 변론의 요지였다.

법원이 유무죄를 가리는 기준은 유죄의 증거능력이지 무죄의 증거능력이 아니다. 설령 단죄하지 못할지라도 억울한 처벌은 없어야 한다는 취지다. 오늘 들은 변론 내용에 대해 검찰 측은 반대 주장도 하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구형했을 뿐이다. 그렇지 않고 반박할 증거 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검찰은 결심을 늦추고 재판을 속행해달라고 요구했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네이버 검색에 오른 기사 목록 캡쳐

그런데 같은 자리에서 똑같이 재판을 방청한 기자는 징역형을 구형했다는 사실만을 적시해 기사를 작성하면서 "양씨 측 변호인들은 고소인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지고 일관되지 않는다며 양 씨가 계약확인서를 위조했다는 검찰 측 공소사실을 반박했다. 변호인들은 양 씨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라고 양 씨 측 주장에서 중대한 부분을 제외한 일부만을 거론하면서 기사를 썼다. 그것도 모자라 이미 지난 사건을 기사 뒤에 거론하고 첨부 사진까지 5년 전 것을 이용했는데 누가 보더라도 혐오감을 줄 만한 대표적인 사진을 이용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연합뉴스가 이렇게 기사를 내보내자 이 글을 쓰는 현재 시각 오후 4시 50분에 네이버 뉴스 검색에 벌써 9개의 뉴스가 검색되는데 한국경제, 뉴시스, YTN, 파이낸셜뉴스, 뉴스1, 아시아경제, 머니투데이, MBC, 이데일리가 쓴 기사들은 하나같이 내용에서 똑같다. 연합뉴스의 기사에서 내용을 뺀 기사는 있을지언정 덧붙인 기사는 단 하나도 찾을 수 없는바 베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인데 누구 하나 우리가 흔히 접하는 "연합뉴스에 따르면"이라는 문장 하나도 쓰지 않아 기사 출처도 제대로 밝히지 않으면서 한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저지르고 있다.

이러고도 언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늘 내가 직접 묵도한 재판의 과정이 있는데 기사를 통해 바라본 우리 언론들의 이런 행태는 그 자체가 범죄다. 중대한 사실을 감추면서 악의적으로 작성한 기사를 토대로 한 개인에 대한 언론의 폭행이 얼마나 심각한지 혀를 내두를 지경인데 출처라 할 연합뉴스 해당 기사를 보면 이메일 주소만 있을 분 기자의 실명도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찾아봤다. 해당 기사를 쓴 기자는 김철선 기자이며 기사의 제목은 <'민주당 공천사기' 양경숙…檢 '아파트 사기' 혐의 징역2년 구형>으로 아래 링크를 보면 자세히 읽을 수 있다.

https://www.yna.co.kr/view/AKR20191212091200004?section=search

 

박정원 기자/편집장 pjw@pressbyple.com

<저작권자 © 프레스바이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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