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배부른 베블런

기사승인 2019.08.22  05:21:14

공유
default_news_ad2

- 생산과정에 기생하는 약탈자의 생존 방정식

미국의 사회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은 그의 첫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부유한 계급은 남보다 우월감을 얻기 위해 고가의 사치재를 선호하는 과시적 소비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명품 가방 선호 현상 등을 보면 이는 명백한 현실이기도 한데 이런 현상을 일컬어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라고 한다.

비쌀수록 과시적 소비자의 선호를 받는 현상이나 정부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면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현상 등이 이에 속한다.

Thorstein Bunde Veblen 1857년 7월 30일 ~ 1929년 8월 3일

문제는 이런 현상의 파급력이다. 이른바 짝퉁 소비로 이는 설명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꿈과 욕망을 가지는 존재이므로 당연히 누군가의 소비를 보면서 따라 하고 싶은 욕망을 가질 수 있는데, 현실은 고가의 사치재를 살 여력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경우 비슷한 상품이라도 소비하려는 욕구가 짝퉁 상품을 범람하게 하는 요인이다. 유사 사치재라도 구매한다.

이 정도에서 멈추면 소위 '베블런 효과'는 소비 행태의 한 단면을 다루는 설명으로 끝날 수 있지만,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명품을 가져야 하고 고급 승용차를 몰아야 한다는 단계로 발전하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표현해도 좋은 현상들이 생겨난다.

가진 재산은 없더라도 타고난 외모가 있다면 외모를 팔 테고 타고난 머리가 있다면 머리를 파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데 물론 이 또한 평등하지는 않다. 이들 재능과 외모를 가진 그룹이 뭔가를 팔아서 과시적 소비를 추구하는 경우, 해당 소비를 충족시키는 상품의 제조와 유통 등은 소위 유한계급의 자본력 내에 존재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렇다면 결론은 이렇다. 유한계급의 과시적 소비는 충동을 유발하고, 재산은 없지만, 외모와 재능을 가진 일부의 충동적 욕망은 이를 충족하기 위해 무언가를 팔고, 그 대가로 얻은 재산을 과시적 소비에 소모한다. 이것도 저것도 없는 대다수에게는 강 건너 불구경 이야기라고 할지 모르지만, 딱히 그렇지는 않다.

언급했듯이 인간은 누구나 꿈과 욕망을 가지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런 과시적 소비는 점차 보편화한다. 누군가의 어떤 선택이 대중적으로 유행하는 경우를 ‘편승효과(bandwagon effect)’라고 하는데 한때 사치재였던 상품은 이런 ‘편승효과’에 힘입어 점차 대중 소비재로 변한다.

그렇게 소비의 수준이 올라가면 이젠 ‘속물효과(snob effect)’ 차례다. 유한계급은 이미 속물이 된 상품을 소비하지 않고 다른 상품을 소비하기 시작한다. 무한 루프는 이렇게 이어진다.

같은 옷이라도 어떤 브랜드를 달고 파느냐에 따라 가격이 올라가면 이는 이제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한다. 소비한 옷이 몇 벌이냐가 아니라 소비한 옷의 값이 얼마냐로 계산하는 게 자본주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소비재가 대중적인 소비재로 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익은 누구에게 가는지 살펴보면 베블런 효과가 가지는 파급력은 만만치 않다. 이런 효과는 꼭 상품 소비에 한정하는 것도 아니다. 교육열 등도 이에 속하기 때문이다.

베블런이 말한 유한계급은 영어로 ‘leisure class’라고 쓴다. 말 그대로 노는 계급, 여가를 즐기는 계급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아무리 놀아도 재산은 불어나는 구조에 있는데 베블런은 이런 계층을 가리켜 생산과정에 기생하는 약탈자라고 규정했다.

이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 또는 나도 약탈자가 되고 싶은 건 아닌지 각자 생각해볼 일이다.

 

박정원 기자/편집장 pjw@pressbyple.com

<저작권자 © 프레스바이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