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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정체 중

기사승인 2019.08.16  22: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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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능력과 두려움이 1차선을 고집하는 이유다

법률 이야기 하나로 시작하자. 고속도로 1차선은 알다시피 추월선이다. 그런데 고속도로도 속도제한은 있다. 그렇다면 1차선일지라도 최고 속도를 주행하는 경우 누구도 제한속도를 위반하지 않는 한 추월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엄청난 속도로 후미에 다가온 자동차가 라이트를 깜빡이면 피해 주는 게 맞을까 틀릴까? 결론적으로는 피해 주라는 게 우리 법률의 해석이다. 과속이 잘못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과속 단속은 공권력이 책임질 문제이지 추월선을 막아서 속도를 지키라고 강제할 권한은 개인에게 없다는 뜻이며 추월차선에서 계속 달리면 도로교통법 60조 1항에 따라 처벌받는다.

요즘은 자동차 내의 블랙박스를 이용해 시민이 신고하는 예도 많다고 한다. 이건 과연 정당할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개인과 개인이 서로를 감시해 공권력에 신고하는 정신이 경찰 등에는 도움이 크겠지만 이 또한 건강한 시민사회를 위해서는 정당하지 않다.

블랙박스는 공권력이 수사상 필요해 법원의 결정을 받아서 제출을 요구하는 경우에만 제출할지 말지 결정할 문제다. 그런데 조금의 대가를 준다거나 괜한 정의감으로 타인의 불법행위를 신고하는 행위는 짧게 보면 옳은 방향인 것 같지만, 이는 자경단 개념과 똑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시민이 모두 서로를 감시하는 사회가 어떤 사회이며 왜 세금으로 먹고사는 공권력의 책임을 시민에게 떠넘기는지 생각해보라는 얘기다.

대리운전을 시작한 지 3년이 넘어섰다. 서당 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3년 넘도록 야간에 운전하다 보면 나름 느껴지는 것도 많은데 그중 하나가 우리의 운전 문화이고 이는 세상의 풍조와도 맞닿는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오직 1차선만 고집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 것처럼 추월선을 독차지하고 저속으로 운전하는 운전자에 대해 가끔 언론들이 보도도 했지만, 이는 줄어들지 않았다. 왜 그럴까 생각하면 이는 해당 운전자의 두려움 때문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다.

사실 1차선은 안전하지 않다. 마주 오는 차량과 부딪히면 거의 사망에 이를 정도로 위험한 게 1차선이기 때문에 운전을 오래 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1차선을 고집하지 않으려는 생각들이 많이 퍼져있다. 오래 살고 싶으면 가능한 1차선은 피하는 게 좋다.

실제 운전 중 1차선에 들어서면 긴장감도 커진다. 혹시라도 뒤에 바짝 쫓아오는 자동차가 있으면 2차선으로 피해 주든가 아니면 더 빨리 달려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전상의 이유로 피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1차선이 밀려서 우측 추월을 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나라 도로의 현실이다.

1차선은 심리적으로 볼 때 중앙선이 존재하기 때문에 운전에 유리할 수는 있다. 반대편 차선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한해서지만, 중앙선 침범이 자주 일어나는 건 아니므로 일부 운전자들은 설마 하는 생각조차도 잘 안 하는 듯하다.

원래 죽음은 갑자기 찾아오는 법인데 그걸 인식하지 못하는 운전자는 적어도 좌측에는 신경을 안 써도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심지어 초보운전자에게 이렇게 가르치는 일도 있다고 한다. 좌·우측 모두를 신경 쓰기보다 일단 쉽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심리적 안정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도로란 자기만 사용하는 곳이 아니다. 여러 차종이 섞여 있고 자동차의 성능과 운전자의 실력이 모두 다르다. 딱 사회와 똑같다. 빨리 달리고 싶어도 못 달리는 차는 하위 차선에서 운행하고 반대로 상위 차선은 작은 승용차가 달리고 고속도로에서는 그나마도 다른 차를 추월하는 경우에만 상위 차선으로 달려야 한다고 도로교통법은 규정하고 있다.

도로에서의 질서는 곧 효율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장거리 마라톤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딱 한 대만이라도 1차선을 점유한 자동차가 저속으로 달리면 그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다. 언급했듯이 하위 차선에는 속도를 낼 수 없거나 크기가 큰 자동차가 즐비한데 1차선에서 추월할 수 없으면 우측 하위 차선으로 나서야 한다. 그런데 2차선에서 달리는 자동차도 느리면 어떡하나? 그 하위 차선으로 이동해 추월해야 한다.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1차선만 추월선으로 지키면 이런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 주행 차선에서 정속으로 주행하는 자동차를 추월할 때만 추월선을 이용하고 주행선으로 들어오면 다른 자동차들도 약속에 따라 그렇게 이용할 게 분명하다. 그런데 능력의 차이가 분명한 차선에서 능력의 차이가 분명한 운전자들이 뒤섞여 곡예 운전 비슷하게 운행하게 되면 이때부터 도로의 모든 차선은 추월선이자 주행선이 된다.

실제로 과속보다 저속주행이 사고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는 통계도 있고 선진국들은 이런 결과를 토대로 지정차선제 단속을 강화하는 추세에 있다. 빨리 가려고 지그재그로 차선을 바꾸는 자동차들이 정체의 파동을 일으켜 전체적인 속도 저하를 가져오고 사고 위험도 높이는데 이런 악순환을 반복하느니 차라리 다른 자동차들에 피해 주지 말고 추월할 거면 1차선으로 하라는 게 지정차선제의 취지다.

심한 경우 편도 2차선 도로에서 1차선 2차선을 전부 차지한 저속 운전자를 보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물론 이유는 있다. 제한속도 지키면서 가고 있는데 왜냐고 물으면 할 말은 없다. 합법이다.

그런데 생각해볼 일이다. 법도 사람 살자고 만든 것인데 빨리 가야 할 사람은 나름의 사정이 있을 게 분명하다. 물론 습관이 앞을 가로막는 자동차를 못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런 사람도 사람이다. 그러므로 조급하게 다가오면 하위 차선으로 잠시 양보해주는 게 상식이라는 뜻이다.

사람이 다 똑같으면 사실 법도 필요하지 않다. 그런데 법이 있다는 건 개인의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다. 과속해서 단속되든 사고를 내든 그건 개인의 책임이며 사회는 이를 약속한 법률에 따라 처분한다. 이게 우리의 사회적 약속이다.

누군가 과속을 한다 해서 개인이 나서 이를 막는 게 정당하다면 과연 우리는 개인으로서 무엇인가라는 자괴감을 안 느낄 수가 없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사회의 구조 속에 놓인 개인이 과연 인간으로서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을 테니 당연하고 나아가 개인의 차이를 수렴하지 못하는 사회가 과연 발전할 수 있느냐는 의문에 도달하게 된다.

법이 정한 대로만 살라는 게 아니라 개인의 발달에 따라 법이 이를 수용해가는 게 사회의 원리라는 뜻이다.

이런 차원에서 하나의 거대한 도로라고 생각해도 좋을 대한민국대로의 1차선을 점유하고 달리는 자동차들이 과연 제대로 달리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10차선 도로라면 10%이고 100차선 도로라면 1%일 이 자동차들이 과연 능력을 갖추어 뒤차보다 빨리 달릴 수 있는지 그보다 빨리 달릴 수 있고 빨리 달려야 할 이유가 있는 자동차들에 추월선을 양보하는지 안 하는지 말이다.

한국 사회의 정체는 단언컨대 무능하고 겁이 많은 사람들의 1차선 독점에서 비롯한다. 이건 진실이다.

차선 변경이 얼마나 정체를 유발하는지 시뮬레이션으로 경험해볼 수 있는 사이트에 한 번씩 가보자.

http://www.traffic-simulation.de/

 

박정원 기자/편집장 pjw@pressbyple.com

<저작권자 © 프레스바이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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