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저물어가는 고용과 근로의 시대

기사승인 2019.08.09  14:41:09

공유
default_news_ad2

- '타다'는 덩치 키운 택시회사일 뿐이다

우연히 길을 걷다가 '타다 프리미엄' 자동차를 봤다. 11인승 승합차가 아닌 승용차인데 영업용 번호판을 부착했다. 한마디로 택시라는 뜻이다. 택시 면허를 사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뜻인데 이게 택시와 무엇이 다르며 이른바 공유경제와는 무엇이 다른지 생각해볼 일이다.

한국판 우버라 할 ‘카풀’ 서비스를 두고 우리 사회가 한동안 시끄러웠다. 몇 명의 택시기사가 분신까지 하자 정부도 사업자도 한발 물러섰다. 아니, 한발 물러선 게 아니라 포기했다고 보는 게 타당한 판단인 듯하다. '타다' 서비스는 이 틈새를 파고들었다. 렌터카를 빌릴 때 승합차의 경우 기사를 포함할 수 있다는 현행 법률이 존재하기에 합법적이라고 보는 견해가 우세했다.

'타다'는 공유경제가 아니다. 네트워크를 활용한 플랫폼 기업이 자본을 투자해 차량까지 소유한 후에 소비자와 기사를 연결하는 구조다. 길거리에서 손을 흔들어 택시를 잡아도 앱을 이용해 콜을 해도 택시는 택시일 뿐, ‘타다’ 또한 자본과 노동이 분리되어 있는바 보통의 운수사업과 똑같다. 소비자의 편의를 증진한 만큼 기사의 부담도 다르고 수익구조 또한 기존 택시와 비교해 나아질 수가 없는 구조다.

공유경제란 공급자와 생산자, 자본가와 노동자가 구분되지 않는 데에서 출발한다. 내가 가진 자산의 유휴 부분을 여럿이 공유하자는 게 공유경제가 추구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자기 자동차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공급자는 자본가이자 운전이라는 노동까지 제공하는 노동자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사회이니 너무도 당연하겠지만 투여한 자본에 더해 노동까지 수반하는 경우 얻을 이익은 단순히 노동을 제공하거나 자본만 투자한 경우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자본 이익과 노동 임금이 곧 서비스 요금에 반영된다. 현재 택시로 치면 개인택시 구조가 이와 비슷하다. 회사택시 기사에 비하면 수익도 훨씬 높다. 사납금에 시달릴 이유도 없다. 자기가 일한 만큼 버는 구조다.

회사 택시는 전혀 다르다. 사납금 구조를 없애는 게 일단 어렵다. 기사의 행동을 일일이 감시한다면 모를까, 놀다가 들어왔는지 열심히 일했는지 파악할 수가 없다. 그래서 최저한도의 사납급 제도를 운용한다. 이게 문제다. 회사 차원에서 보면 택시 승객이 많든 적든 기사가 자동차를 몰고 나가면 무조건 사납금을 받을 수 있다. 못 받으면 고정급 임금에서 차감한다. 이익이 이처럼 보장되는 사업이 과연 어떤 업종에 또 있는지 모르겠다.

‘타다’와 회사 택시가 다른 점은 이것뿐이다. ‘타다’ 기사는 근무시간에 대한 고정급여를 보장받는 대신 목적지를 선택할 수도 없고 승객을 거부할 수도 없다. 앱을 통해 콜이 울리면 무조건 운행해야 하며 정해진 휴식 시간 이외에는 쉴 수도 없다. 택시기사는 사납금을 내기로 하였으므로 쉬고 싶으면 쉴 수 있다. 물론 연료를 자신의 돈으로 더 주입하고 사납금 이상으로 벌어가면 '타다' 기사보다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지만, 월급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두 가지 모두 '우버'나 '카풀'처럼 스스로 자본 투자를 하는 경우가 아닌바, 자본에 속한 고전적인 노동자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회사택시는 87,505대 회사는 1,676개라고 한다. 한 회사당 평균 52대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면허 값이라는 게 횡행하는 현실이니 자동차를 포함해 한 대당 1억으로 치면 8조 7천억 정도의 자산이다. 회사에 속한 기사의 수는 2019년 4월 현재 104,069명이다. 이들이 모두 일을 나가 하루 15만 원을 사납금으로 낸다고 가정하면 하루 156억 정도의 사납금이 발생한다. 30일이면 4천680억, 365일이면 5조 6천9백억이다.

언론 기사들을 참고하면 하루 11시간 이상, 26일 정도를 일하고 받는 고정급여는 약 120만 원 이하다. 그렇다면 택시회사들이 30일 평균 한 달에 지급하는 고정급여는 약 1천248억 정도라는 계산이 나온다. 기사 전체가 사납금 제대로 내고 월급을 전부 받았다고 가정했을 때의 결과다.

한 달에 4천 7백억 정도를 사납금으로 거둬서 약 1천250억 원을 월급으로 주고 나면 나머지로 회사를 운영한다. 한 달에 3천450억이 큰돈인지 적은 돈인지 제각각 판단에 맡길 일이지만 택시회사는 기사 1인당 기본 연료를 약 40리터씩 제공한다. 리터당 900원 기준으로 기사 전부를 곱하면 하루에 37억, 한 달에 약 1,130억 정도가 연료비다. 인건비와 연료비만 한 달에 2,380억이라는 얘기다.

이렇게 계산해보면 인건비와 연료비를 제하고 한 달에 남은 건 1,070억, 1년이면 1조 2천억을 훌쩍 넘기는 큰돈이지만 자동차 수리도 해야 하고 보험료도 내야 하고 감가상각비도 계상해야 하는 등 나가는 돈도 작지는 않다는 걸 참작한 가운데 과연 택시회사 운영이 어려울지 쉬울지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길 일이지만, 분명한 것 하나는 이 나이 먹도록 택시회사 사장이 굶어 죽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자본금 투자한 사업가가 밑지면서도 사업을 지속하는 경우는 있을 리가 만무하니 결국은 누군가 이익을 본다는 뜻이다.

참고로 자산 기준 재계 순위에서 44위는 호반건설 8조7천억, 45위 네이버 8조 3천억, 46위 태영 8조 3천억 원이다. 택시회사 전체의 자산 8조 7천억과 비슷한데 이들 기업과 달리 택시회사는 1,676개로 나누어져 있다. 2018년도 기준 매출 5조5869억 원, 영업이익 9425억 원 당기순이익 6364억 원을 기록한 네이버와 비교했을 때 영업이익률이 적을 건 분명하지만 1,680개 택시회사의 당기순이익 전부를 합쳤을 때 네이버의 당기순이익에 터무니없이 못 미칠 게 분명하다. 사장만 1,676명이다. 연봉을 2억씩만 쳐도 3천3백억이 넘는다.

공유경제는 당장 이처럼 많은 택시회사 사장 1,676명을 없애는 효과가 있다. 크든 작든 회사를 운영하기 위한 일반관리비 등도 사라진다. 개인택시가 모두 사장인 것처럼 자신의 자산인 자동차로 영업을 하는 경우 이들 모두는 자본가이자 경영자이며 노동자다. 여기에 플랫폼이 결합한다. 차량의 상태, 운전 솜씨, 서비스 만족도 등 고객의 사후 평가가 결합한다. 일한 만큼 고객이 만족한 만큼 대가가 돌아온다. 이게 플랫폼과 빅데이터의 효용이다.

참고로 전국의 개인택시는 164,844대로 택시는 전국적으로 약 25만 대가 있다. 대당 1억으로 계산하면 총자산 25조 원 규모로 2019년 재계 순위 15위인 두산의 28조 5천억, 16위인 부영의 22조 8천억과 비슷하다. 사납금 15만 원 기준으로 계산한 연간 매출은 13조 6천억이다. 비슷한 자산 규모인 두산 그룹의 대략적인 2018년도 매출은 18조, 영업이익은 1조2천억 정도이며 당기순이익은 1847억이라고 발표했다.

바야흐로 특수고용 노동자 시대다. 학습지 교사가 노동자나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일었는데 우리의 근로기준법은 근로에 대해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뜻한다. 고용을 전제로 한다. 도급이나 위임 등의 계약은 근로에 포함하지 않는다.

요즘은 대다수 업종에서 아예 자기들 회사에 적을 두지 않는 방법을 고안해내고 있다. 개별 사업자등록을 하게 하거나 별도의 법인을 설립해 일체의 고정 지급을 하지 않고 성과에 따른 대가만 지급하는 등 방법은 천차만별이다. 대개 영업 분야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성과가 있으면 그에 따라 대가도 많지만 일을 못 하면 아예 못 벌어갈 수도 있는 구조로서 회사는 아무런 보장을 해주지 않는다. 기본급과 활동비 정도라도 주면서 영업활동에 따른 성과보수를 제공하던 방법이 사라지고 있다.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게 아니라 대리점을 개설해 영업하는 경우처럼 이런 분야도 이제는 자영업 시대다. 대략 20만 명 정도에 이른다는 대리운전 시장의 기사들은 소속 회사가 있지만, 해당 회사의 근로자는 아니다. 소속한 회사의 오더만 받아 운전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플랫폼 노동자인데 배달 분야 등 이런 형태의 노동시장이 확대하고 있다. 오토바이든 뭐든 장비에도 투자하고 보험료 등을 내면서 플랫폼에 접근해 개인적 영업을 하는 형태다. 간병인, 대리 주부, 번역, 택배, 과외, IT 종사자, 가전제품 수리, 장비 등의 단기 렌탈 시장 등 이 분야는 점차 확대될 게 분명하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어느 정도 업무의 자주성을 갖지만, 동시에 플랫폼의 통제도 받고 있다. 일종의 계약이랄 수 있는데 이걸 고용이라고 보는 시각을 고집하면 사회적 논란만 끊이지 않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비즈니스의 발전까지 막을 수 있다. 거대한 사회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산업혁명 시대에나 고집할만한 시각이기 때문이다.

노동자와 사용자를 특정해 이를 보호하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 특정 업체 차원에서 가타부타 논란을 벌일 게 아니라 차라리 넓은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기본적인 생존 보호하면서 고용 유연성 노동 유연성을 한꺼번에 확보하는 길이 앞으로의 길일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다양한 근로 형태에 대한 원칙을 재정립해야 할 때다. 이른바 '슈퍼 갑'이 될 게 분명한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원칙이 분명해야 하고 소규모 자본과 노동을 함께 제공하는 다양한 직업 형태를 아우르는 원칙을 세워도 부족할 판에 고용과 근로라는 해묵은 시각으로 이런 변화에 적응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런 의미에서 '카풀' 서비스 하나조차 획기적으로 허가하지 못하는 걸 보면 기득권에 포획되었다는 표현이 맞는 듯하다. 개인택시는 모르겠지만 회사택시 기사들은 이 제도에 찬성한다. 고된 노동시간과 사납금에 시달리느니 작은 빚이라도 내서 자동차를 준비하면 노력한 만큼 벌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택시라는 획일적인 포장의 뒤에 숨는 택시기사 형태가 아니라 플랫폼에 속하게 되면 소비자도 기사도 서로를 평가하는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친절하고 실력이 있으면 선택받는 데 유리하고 소비자 또한 과도한 행동을 하게 되면 기사들의 거부 대상이 된다. 이는 이미 대리운전 분야에 진출한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구조다. 소비자도 기사도 서로를 평가한다. 능력 평가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는 시대가 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우버 형태의 영업이 활성화되면 서비스의 질과 형태도 다양해질 게 분명하다. 수억대에 달하는 최고급 승용차부터 운행만 가능하다면 저렴할수록 좋다는 정도까지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려는 반응이 저절로 나온다는 뜻이다.

나아가 자기 자동차를 가진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참여할 수 있다. 본질은 사실 여기에 있다. 성장이라는 핑계로 필요성을 충족하고도 남아도는 생산의 과잉 시대를 좀 더 효율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인류의 미래는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자산의 공유를 접점으로 고용 유연성을 최대치로 올리면서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를 보호하는 사회적 제도의 정비가 절실한 시점인데 정치권은 아직도 부지하세월인 건 고사하고 이번 '타다 프리미엄'의 예처럼 또다시 노동자를 자본의 노예로 몰아넣고 있다. '타다'는 덩치 키운 택시회사일 뿐이다.

 

박정원 기자/편집장 pjw@pressbyple.com

<저작권자 © 프레스바이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