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우리들의 일그러진 권력

기사승인 2019.03.22  02:43:39

공유
default_news_ad2

- 선출하는 방식, 분산시키는 구조로…

해묵은 일이지만 만시지탄이랄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 접대 사건, 장자연 사건 등이 논란 속에 재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수사와 기소까지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인데 재조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과거사들이 가관이다. 증거가 송두리째 사라지는 등 누가 봐도 부실수사라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그런가 하면 검경 수사권 분리,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제도적 변화를 앞둔 시점에 과거 사건과 현재 사건이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양새도 보인다. 사법 농단에 이어 검찰은 물론이고 경찰까지 큰 권력 작은 권력이 뒤엉켜 싸우는 꼴이 실로 가관이다. 정치 권력은 그나마 선거라는 견제장치라도 있지만, 법치주의 체제 아래 사법 권력이 가진 권력은 비대해도 너무 비대한데 딱히 견제할 시스템도 존재하지 않는다.

권력이란 인간이 둘 이상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쉽게 표현해 타인이 내 말에 따르게 만드는 능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요즘 개봉한 영화 "우상"에 "뭘 믿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무엇을 믿게 하느냐! 자네, 예수여."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이처럼 권력이란 개인의 믿음과도 관련이 있다. 그것이 허상일지라도 인간은 믿음에 따라 행동하는 존재이며, 권력을 가진 자는 사람들이 무엇을 믿게 하느냐에 관심이 더 많다.

영화 "우상" 포스터

가진 권력이 커지면 도덕성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인간관계에 있어서 타인을 통제하고 휘두르는 사람들에 관한 연구는 인류의 오랜 고민 중에 하나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한 인간의 인격을 시험해보려면 그에게 권력을 줘 보라. (If you want to test a man’s character, give him power)”라고 말했듯이 한 사람의 성품이나 진실한 모습은 권력을 쥐여주면 잘 드러난다. 인간의 본성이다. 편해지면 더 편해지려는 것처럼 인간은 무언가를 가지면 지키려는 속성이 있고 스스로 내놓는 일은 더욱 익숙지 않다.

19세기 영국의 역사철학자 존 달버그 액턴 남작(John Dalberg-Acton, 1st Baron Acton, 1834년 1월 10일 – 19 June 1902년 6월 19일)은 "권력은 부패하기 쉽고,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 말에 빗대어 우리 사회의 절대권력은 과연 어디일까 생각해보면 경찰, 검찰, 법원을 빼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더 문제는 이들 집단을 이루는 사람들이 학연 지연 등으로 묶여 있다는 현실이다. 그나마 비대한 권력이라서 문제인데 그 권력을 이루는 인자들이 개인적 인연으로 묶이면 보나 마나 사적 권력이 될 수밖에 없다. 공적 권력을 사적으로 악용한 일들이 어디 위에 언급한 사건들뿐인가? "돈이든 연줄이든 있으면 세상 어느 나라보다 살기 좋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1987년 이문열이 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는 소설의 주인공 엄석대는 위선적 행동으로 담임선생의 신임을 얻고 반장이라는 권위를 이용해 같은 반 아이들에게 대리시험까지 강요하면서 이를 유지하려다 결국 실패하고 사라진다. 초등학교 교실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다.

요즘 드러나는 사실들이 엄석대의 비행이 밝혀지는 것과 같다면 엄석대를 두려워했던 같은 반 아이들은 곧 윤지오 씨일 수도 버닝썬 손님이었던 김상교 씨일 수도 있다. 새로운 담임선생이 엄석대의 비행을 밝혀내기 전까지 아이들이 겪었을 고충이 있듯이 우리 사회에서 경찰, 검찰 그리고 법원까지, 어떤 사건들은 수십 년이 지나서야 겨우 진실이 드러났다. 어이가 없는 일인데 우리 사회는 이를 구조적으로 개선하는 걸 기대하기 어렵다. 그만큼 기득권의 반대가 심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공권력의 엄정함과 재판의 공정성은 사회를 유지하는 기본적 조건이다. 이를 제각각 다를 수밖에 없는 개인의 도덕과 양심에 기대는 방식으로 유지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그만큼 인간은 허술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쿠데타처럼 권력을 찬탈하는 것보다 권력을 쥐고 있는 이들의 점진적이고도 소리 없는 침입으로 사람들의 자유가 축소된다고 하듯이 우리 사회가 점차 생동감이 사라지는 데에는 권력의 집중이 큰 몫을 하고 있다. 무엇을 해도 결국 기득권의 이익으로 귀결된다는 체념이 작동하는 사회가 역동적일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독일 철학자 헤겔은 그의 저서 '대논리학'에서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라고 썼다. 이 사회의 권력이 조금이나마 제대로 작동하게 하려면 구조를 바꿔야 한다. 가능한 선출하는 방식으로 가능한 분산시키는 게 올바른 방향이며, 이럴 때 비로소 권력의 내용 다시 말해 권력 집단을 이루는 사람들이 시민의 의지에 반응하게 되는 게 세상살이의 원리다.

 

박정원 편집위원 pjw@pressbyple.com

<저작권자 © 프레스바이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