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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욕과 마지막 시도?

기사승인 2019.03.07  1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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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끼고 또 베끼고, ‘우라까이’도 정도가 있어야지

한국 언론들은 남의 기사를 베끼어 써도 최소한의 양심조차 없다. 다른 기사를 인용해 취재하고 보도할 수는 있다. 그런데 아예 베끼어 쓰거나 기사 내용이 마치 자신이 취재한 것처럼 기사를 쓰곤 하는데 이런 경우를 언론계에서는 '우라까이 기사'라고 부른다. 일본어 '우라가에스(裏反す→ 뒤집기)'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런데 베끼어 쓰더라도 양심이 있는 기자라면 원래 보도를 봐야 할 텐데 그것조차도 하지 않는다. 기사 쓰는 게 파도타기도 아니고 한 언론이 보도하면 그걸 베끼고 그걸 또 베끼는데 어느 언론사든 원래 출처를 명확히 밝히는 꼴을 못 본다. 원래 기사를 찾아보지도 않았으니 링크 하나도 못 거는데 더 나쁜 건 원래 기사의 내용을 살짝 바꿔 의도를 띠는 경우다. 이쯤 되면 기자가 아니라 사기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 수많은 언론이 보도한 내용 중에 원래 출처가 CNN 보도라는 기사가 나돌았다. 내용인즉슨, 어제 미국 CNN방송이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지난달 27∼28일 제2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막전막후를 '모욕과 마지막 시도'라는 제목의 인터넷판 기사로 소개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회담이 결렬되자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김정은 메시지'를 들고 뛰어왔다는 내용이다.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짐을 챙겨 떠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수행단을 향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뛰어왔는데 김 위원장이 보낸 메시지는 영변 핵시설 일부가 아니라 영변의 모든 핵시설이라는 내용이었으며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시큰둥했다는 게 보도의 내용이다.

이 보도들을 접하고 CNN을 검색해봤다. 친절하게 원래 보도인 CNN 링크를 밝혔더라면 하지 않아도 될 노력을 기울인 꼴이다. 국내 모든 언론이 버젓이 '모욕과 마지막 시도'라는 제목으로 기사에 쓰고 있으니 모욕 또는 시도 등으로 쓸 수 있는 모든 단어를 넣어도 찾을 수 없었던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원래 보도의 제목은 "A snub and a last minute"였기 때문이다.

원래 기사를 한 번만 들여다봤어도 이처럼 일관되게 모든 언론이 '모욕과 마지막 시도'가 기사의 제목이라고 썼을 리가 만무한 제목이다. ‘snub’라는 단어에는 모욕이라는 뜻도 들어있지만 "last minute"까지 확대하여 해석해 "마지막 시도"라고 이 나라 전체 기자들이 썼을 리가 만무하다.

원래 기사의 제목과 링크는 다음과 같다.
"A snub and a last minute. Trump's tough lesson in North Korean diplomacy"
https://edition.cnn.com/2019/03/06/politics/trump-kim-hanoi-summit-snub/index.html

CNN 기사 기사 캡쳐

기사 내용을 요약하면, 하노이 정상회담은 시작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것으로 시작한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정상회담 전에 김영철과 만나기를 기대했으나 무산됐다고 한다. 정상회담의 실패가 예견되는 부분이었다는 게 기자의 분석이다. 정상회담 직전에 양측 실무를 책임진 두 사람이 만나자는 미국 측의 요청을 무시했다는 걸 보면 북한의 협상 의지도 의문스럽다.

한편,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면 호텔을 떠날 준비를 하는 시점까지도 북미 양측은 협상을 시도하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영변 핵 시설을 해체하는 대가로 일부 제재 완화 조처를 합의하기 위한 마지막 시도였는데 폐기하겠다는 영변 핵시설의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히 해달라는 미국 측의 요구가 있었고, 최 부상은 이에 대해 김 위원장에게 가서 영변의 모든 것을 포함한다는 답변을 받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 대표단은 협상을 재개를 선택하지 않았으며 트럼프가 워싱턴으로 떠나게 됐다는 내용이다. 영변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우리 일부 언론들이 베끼어 쓴, 아니 왜곡해 쓴 기사들은 대개 “짐을 챙겨 호텔을 떠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수행단을 향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뛰어왔다. 합의문 서명을 거부하고 회담장에서 걸어 나간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지막으로 보낸 메신저였다.”라는 내용인데 원래 CNN 기사와 비교하면 달라도 매우 다르다.

한편, 해당 CNN 기사는 일부 미국 당국자들은 하노이 협상 막판에 보여준 이런 행동을 보았을 때 북한이 협상을 열렬히 원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믿고 있으며, 그러나 미국이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합의가 무산되자 영변 전체를 폐기하겠다고 나선 거로 볼 때 북한의 협상 의지는 강한 것 같다는 해석이다.

협상의 진전 여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협상도 사람이 하는 일일 테니 서로에게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일은 우선 자제하는 게 좋을 듯하다.
 

박정원 편집위원 pjw@pressbyple.com

<저작권자 © 프레스바이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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