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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일자리, 새로운 실험이 시작됐다

기사승인 2019.02.01  17: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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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노총 “환영” 민주노총 “반대”

광주형 일자리가 최초 제안 4년 7개월 만에 출범의 돛을 올렸다. 광주시는 1월 31일 광주형 일자리의 첫 모델인 현대자동차 광주 완성차 합작공장 건립과 관련해 현대차와 최종 합의하고 협약을 체결했다.

광주형일자리는 기업이 현재의 대기업 정규직 수준보다 낮은 임금으로 근로자를 고용하는 대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거, 복지, 보육 시설 등의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이다. 적정임금, 적정노동시간, 노사책임경영, 원하청 관계 개선을 4대 원칙으로 설정한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시와 민간투자자들이 합작법인을 설립해 자동차 산업기지를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19년 말 완공 예정인 빛고을국가산단 개요도

1월 31일 이루어진 협약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빛그린산단에 들어서게 될 민관합작 공장에서 SUV형 경차를 연간 10만대 생산하기로 했다. 사업이 예정대로 추진되면 새 공장은 정규직으로 1000명을 고용하고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1만1000개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정규직의 경우 주 44시간 일하는 기준으로 첫해 평균 3500만 원 정도의 연봉을 받게 된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광주형 일자리는 혁신적 포용 국가로 가는 중요한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라면서 "어느 지역이든 지역 노사민정 합의로 광주형일자리 모델을 받아들인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라고 밝혀 광주형일자리 모델의 확산을 강조했다. 정부 쪽에서는 이미 다른 지역 두세 군데에서 제2, 제3의 광주형일자리 모델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적 포용 국가로 가는 중요한 역사적 전환점

한국노총은 31일 성명을 통해 광주형일자리가 지역의 청년들에게 노동의 희망을 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면서 “광주형일자리는 일자리 창출을 넘어 지역의 노사민정이 서로의 처지에서 한발씩 뒤로 양보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더 큰 걸음을 내딛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는바, 광주형일자리가 지역 일자리 문제, 청년 일자리 문제, 제조업 해외 이전 문제를 해결하는 기재로 작용할 수 있길 바란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반면 민주노총은 노동자 권리에 관한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정부와 광주시가 자본 논리와 정치 논리에 노동존중 정책을 양보했다”라면서 “미래가 불투명한 단기, 저임금 일자리를 양산해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이번 협약이 광주에서 끝난다고 보지 않는다”라고 견해를 밝혔는데 이는 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손잡고 노동자 권리를 제한하는 방식이 ‘노사 상생’의 좋은 사례로 전국에 소개되고 전파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노총 "광주지역 청년들에게 희망…. 환영"
민주노총 "단기·저임금 일자리 양산 우려“

정리해보면, 광주형일자리는 임금구조에서 대기업 정규직보다는 낮은 임금 수준으로, 하도급업체 및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재 임금 수준보다는 나은 수준으로 임금을 주며, 잔업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고, 나아가 하도급업체 등에 손해를 전가하지 않겠다는 게 주된 취지이다.

자동차를 생산 판매하기로 한 현대자동차로서는 아무래도 기존보다 유리한 인건비 구조가 투자의 이유일 게 분명하다. 중국이나 동남아에 공장을 단독으로 건설하는 것보다 투자 규모가 작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질이 좋은 국내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으면 마다할 일이 아니다.

현대자동차는 이 공장에서 배기량 1000㏄ 미만 휘발유 엔진을 탑재한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생산하기로 했다. 2002년 경차(아토스)를 단종한 이후 18년째 내수 시장에서 경차를 선보인 적이 없는데 이는 국내 공장 인건비가 너무 높아서였다. 주당 44시간 근무하고 연간 3500만 원 안팎의 초임을 받는 인건비 구조라면 경차를 국내에서 생산해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현대자동차로서는 밑질 게 거의 없는 비즈니스

민주노총의 반대 이유는 여기에서 비롯한다고 볼 수 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상대적 장점이 있어 투자에 나섰다는 뜻은 반대로 해석했을 때 기존보다 낮은 인건비 구조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는 논리적 귀결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공장 가동의 핵심인 일감 제공과 판매도 현대자동차가 도맡는다는 게 향후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생산한 자동차사 인기를 끌지 못하면 일거리가 사라진다. 590억 원을 투자해 21% 지분을 확보하는 광주광역시에 이어 현대자동차는 경영권이 없는 비지배투자자로서 19%의 지분인 530억 원을 투자한다. 이 정도 자본을 투자해 완성차 공장을 만든다는 것만으로도 손해볼 게 별로 없을 듯하다. 게다가 수소차 인프라 구축 등에서 정부의 적극적 지원까지 약속받을 것 생각하면 큰 이익이다.

성공적이면 작은 투자로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비즈니스이고 실패하더라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더군다나 성공적이면 기존 자동차공장의 인건비 구조 등은 여론의 도마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이래저래 민주노총으로서는 난감한 처지에 몰린 형국이어서일까, 협약식에 앞서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협약식 저지 시도를 했고 현대차 노조는 31일 광주형 일자리 협약에 반발해 노조 간부와 대의원 등이 파업을 했다.

성공해도 실패해도 남는 게 없는 민주노총

정부의 정책 목표는 더 포괄적이다. 우선 1997년 이후 처음 건립되는 완성차 공장이다. 국내에서 자동차 완성 공장이 지어진 건 현대차 아산공장(1996년), 한국GM 군산공장(1997년) 이후 20여 년이 넘도록 없었다. 현장이 없는데 일자리를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니 자꾸 해외로 옮겨가는 생산현장의 국내 유치는 발등의 불이라고 할 수 있다.

임금구조의 불균형도 정부가 고심하는 부분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1인당 임금 평균은 9천72만 원으로 이미 일본 도요타(8천390만 원)와 독일 폭스바겐(8천303만 원) 등 경쟁업체 수준을 넘어섰다. 문제는 이 임금 수준이 원청 소속 정규직에 한한다는 현실에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에 주장에 따르면 현대차 초임은 주 52시간 기준으로 상여금 750%와 연장근로수당, 특근수당을 포함해 4800만 원이라면서 주 40시간 기준이면 2800만 원에 불과하다고 어느 인터뷰에서 주장하고 있다. 계산해보면, 상여금을 계산하지 않았을 때 나올 수 있는 금액이 2800만 원이다. 그는 이와 함께 25년 근속하면 9000만 원 정도에 도달하게 된다고 밝혔는데 1인당 평균임금이란 모든 노동자의 임금에 대한 평균액이다, 따라서 근속기간이 늘어나면 임금 수준이 빠르게 올라간다는 걸 알 수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기준 국내 중위 근로소득이 월 140만 원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광주형 일자리의 초임연봉은 고액연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초봉뿐만 아니라 근속기간에 따른 임금 상승 수준이 가파른 점도 개선되어야 하고, 하도급업체와 파견근로자 등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많이 나는 현실은 사회갈등 요소가 되고 있다.

이런 임금구조를 내버려 두면 나쁜 일자리 확산에 머무는 게 아니다. 아예 공장의 해외 이전이 늘어나면서 일자리가 사라지고, 이는 결국 자영업 등 더욱 어려운 현실로 내몰게 되는 악순환을 불러온다. 4대 원칙에 원하청 관계 개선을 넣은 이유일 듯하다.

노사는 물론 정부 등이 함께 경영책임을 나누는 방식으로 노동시장 구조를 개선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제대로 세우는 게 중요한 가치라면, 최초 시도인 광주 공장의 성공적 발전은 산업현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대한 시금석이 될 게 분명하다.

 

박정원 편집위원 pjw@pressbyple.com

<저작권자 © 프레스바이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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