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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신저가 기가 막혀

기사승인 2017.10.12  07: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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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상호방위조약, 누가 위반하고 있나?

북한 핵 문제로 한반도가 전쟁이냐 아니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헨리 키신저’의 조언을 들었다는 보도 내용에는 자못 심각한 부분도 있다. 이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일단 북한의 핵은 미국과 중국 모두가 바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고, 그러므로 중국이 지금보다 더 확실하게 북한에 경제적 압박을 함으로써 북한 핵을 폐기하도록 유도하고, 북한이 붕괴라도 하면 통일 한반도가 되는바, 중국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를 약속한다는 내용이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서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현재 북한은 철광석, 석탄 등은 물론 심지어 섬유제품조차 수출하지 못하게 제재하고 있다. 이건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처사라는 게 나의 관점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에 '내로남불'이 있는데, 딱 이 꼴이다. 기존 핵보유국들이 계단을 오른 후에 다른 나라들은 계단을 올라오지 말라고 사다리를 태워버리는 것과 비슷한 일이기 때문이다. 좋다. 원래 세상이란 게 힘이 곧 원칙이니까.

헨리 앨프리드 키신저(Henry Alfred Kissinger, 1923년 5월 27일~) 독일에서 태어난 미국의 유대계 정치인이자 외교관. 대통령 안보 보좌관, 국무장관 역임

그런데 이런 식으로 경제적 압박을 가했을 때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경제적 압박뿐 아니라 미국은 무력시위도 점차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쟁이란 게 우발적으로도 발생하는 것인데, 이는 마치 북한이 어떻게든 선제적 공격을 하기 바라는 모양새다.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그렇다. 수많은 한국 국민도 이렇게 생각할 것 같다. 아니 그렇게 생각해야 옳다.

외과적 공격이든 전면적으로 초토화를 하든 선제공격하고 싶지만, 명분이 부족하니 북한이 어떻게든 도발을 하라는 식으로 보인다. 돈이 곧 인격이라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줄을 막는다는 건 곧 굶어 죽으라는 것이고, 안 죽으려면 무엇이든 할 것 아니겠냐는 상상을 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사흘 굶으면 도둑이 따로 없다는 말도 있듯이…

그렇게 해서 참다못한 북한이 미국 영토에 공격하거나 공격 비슷한 행위라도 하면 당장 미국은 공격이라고 선언할 판이다. 그런 순간 한국은 자동으로 전쟁 당사자가 될 수밖에 없다. 바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짧게 줄여 "한미상호방위조약" 때문이다. 이 조약은 한국이 타국으로부터 공격받았을 때만 유효한 게 아니다. 미국이 타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아도 자동 개입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1953년 7월 휴전이 성립되자 북한의 재침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한국 측이 체결을 촉구하여 조인됐다. 1953년 8월 8일, 변영태 외무장관과 덜레스 미 국무장관이 서울에서 가조인하고, 1953년 10월 1일에 정식 조인되어 1954년 11월 18일부터 발효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특별한 기한이 없으나 한미 어느 나라든 한쪽이 해지를 통고하면 1년 후에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약이든 계약이든 근본 취지는 전문에 드러나 있다고 할 것인데, 전문의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한미 당사국은 평화적으로 생활하고자 하는 희망을 재확인하고, 잠재적 침략자의 무력 공격에 대한 공동 방위 의지를 선언하며, 태평양 지역에 더욱 포괄적이고 효과적인 지역 안전보장 조직이 발달할 때까지 집단적 방위를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어서 제1조에는 어떤 전쟁이라도 국제평화와 안전, 정의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평화적 수단에 의하여 해결하며, 유엔의 목적이나 한미 양국이 유엔에 대하여 부담하는 업무에 반하는 방법으로 무력에 의한 위협이나 무력의 행사를 삼갈 것을 약속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정의로워야 하고,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제2조에서는 한미 어느 나라의 정치적 독립 또는 안전이 외부로부터의 무력 공격으로 위협을 받을 때 서로 협의하며, 자조와 상호 원조로 무력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지속 강화하고, 적절한 조치를 협의와 합의로 취할 것이며, 이어서 제3조에 한미 어느 나라에 대한 태평양 지역에서의 무력 공격이 있을 때 이는 곧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 인정하고 위험에 대처하기 위하여 각자의 헌법상의 절차에 따라 행동할 것을 선언하고 있다. 한마디로 공동으로 군사적 대응을 한다는 것으로, 어느 나라가 공격을 받으면 이는 곧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뜻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모든 계약은 전문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 생각이야 어떤지 모르겠다. 전쟁이 나도 미국 영토에서 나지 않는다는 소리를 해대는 미국 대통령이 있는 세상을 살고 있으니 무슨 상상을 못 할까 싶은데, 이 조약의 근본 취지는 평화이며, 평화를 깨면 공동으로 대응하되, 이 조약은 태평양 지역에 집단안보 시스템이 발달하면 해소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취지에 걸맞은 행동을 했는지 물어보면 답은 뻔하다. 한 적이 없다. 북한이 그나마 핵을 개발하니까 제네바 합의 같은 것도 나왔는데 미국이 약속을 깼다. 그렇게 해서 북한의 핵이 오늘날 수준까지 발전한 것이라는 게 제정신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는 정상적 판단이다. 무슨 전쟁을 휴전 상태로 수십 년을 끄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 아닌가? 죽자고 종전을 선언하고 외교 관계를 맺자는 북한에 대해 미국이 어떤 태도로 일관했는지 뒤돌아보면 알 일이다.

그런데 인제 와서 먼저 공격하는 건 그러니까 굶어 죽으라고 압박하고, 이에 못 이겨 미국 영토를 공격하면 그때에는 박살을 내버리겠다는 식이다. 그게 아니면 사실상 중국에 북한 영토에 대한 관리권을 줄 테니 원유 등 북한을 전면적으로 압박해 달라고 협상을 해야 한다는 식이니 이는 러일 전쟁 직후의 "가쓰라 태프트 밀약"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 유대계 정치인 헨리 키신저가 조언이랍시고 공공연하게 입에 담은 말이다.

글이란 건 글 그대로를 원리적으로 읽을 수도 있고 뜻을 해석해 읽을 수도 있다. 조약도 마찬가지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는 바보도 있고 행간을 해석해 취지로 읽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취지로 보았을 때 이 조약의 근본을 해치고 있는 건 바로 미국이다. 북한의 공격을 유도하고 이를 빌미로 공격할 때 우리는 이 조약 3조 하나로 말미암아 전쟁 당사자가 된다. 평화롭게 살자고 조약을 맺었는데, 동족 간에 전쟁을 치러야 하는 꼴이다.

기왕에 핵을 가진 나라만 가져야 하겠기에 북한 핵을 용인할 수 없으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고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자기들의 정권 교체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하다가 인제 와서 미국 영토 어디엔가 북한이 공격 비슷한 짓만 해보라는 식이니, 이게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겠다는 전략인지는 모르겠지만, 왜 애꿎게 대한민국까지 그 장단에 춤을 추어 동족 간에 또 전쟁을 치러야 하느냐는 말이다. 아무리 봐도 지금 상황은 촛불이 아니라 횃불을 들어야 할 시기인 듯하다.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전문

본 조약의 당사국은, 모든 국민과 모든 정부가 평화적으로 생활하고자 하는 희망을 재확인하며, 또한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의 평화 기구를 공고히 할 것을 희망하고, 당사국 중 어느 1국이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 고립되어 있다는 환각을 어떠한 잠재적 침략자가 갖지 않도록 외부로부터의 무력 공격에 대하여 그들 자신을 방위하고자 하는 공동의 건의를 공공연히 또한 공식으로 선언할 것을 희망하고, 또한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 더욱 포괄적이고 효과적인 지역적 안전보장 조직이 발달될 때까지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고자 집단적 방위를 위한 노력을 공고히 할 것을 희망하여 다음과 같이 동의한다.

제1조 당사국은 관련될지도 모르는 어떠한 국제적 전쟁이라도 국제평화와 안전과 정의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방법으로 평화적 수단에 의하여 해결하고 또한 국제관계에 있어서 국제연합의 목적이나 당사국이 국제연합에 대하여 부담한 업무에 배치되는 방법으로 무력에 의한 위협이나 무력의 행사를 삼갈 것을 약속한다. 

제2조 당사국 중 어느 1국의 정치적 독립 또는 안전이 외부로부터의 무력 공격에 의하여 위협을 받고 있다고 어느 당사국이든지 인정할 때에는 언제든지 당사국은 서로 협의한다. 당사국은 단독으로나 공동으로 자조(自助)와 상호 원조에 의하여 무력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지속 강화시킬 것이며 본 조약을 이행하고 그 목적을 추진할 적절한 조치를 협의와 합의하에 취할 것이다. 

제3조 각 당사국은 타 당사국의 행정 지배하에 있는 영토와 각 당사국이 타 당사국의 행정 지배하에 합법적으로 들어갔다고 인정하는 금후의 영토에 있어서 타 당사국에 대한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의 무력 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 인정하고 공통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하여 각자의 헌법상의 수속에 따라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 

제4조 상호적 합의에 의하여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許與)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 

박정원 편집위원 pjw@pressbyple.com

<저작권자 © 프레스바이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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