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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 싸잡아 바보 취급한 조선일보

기사승인 2017.09.08  06: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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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과가 다름에도 싸잡아 바보 취급, 잘못을 숨기는 교활함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이 칼럼을 썼는데 "정말 나라도 아니다."가 제목이다. '북핵 26년 성공 史는 한국 대통령들 바보 드라마', '기막힌 남북 핵 역전에 안보 붕괴 내몰고도 고백·사죄 한 명 없어', '땅·사람 있다고 다 나라인가'라고 부제까지 걸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교언영색이자 억지다.

이 사람이 썼듯이 1991년 이전에는 한국에 핵(미군 전술핵)이 있었고 북에 핵이 없었다. 맞다. 그게 지금에 와서는 한국에 핵이 없고 북에 핵이 있는 거로 뒤바뀌었다고 적시했는데, 말은 바로 해야 한다. 미군의 핵이지 우리 핵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선일보 주필씩이나 되는 이 사람은 그놈의 미국 핵 때문에 북한이 핵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생각은 못 하는 것 같다.

이어지는 글을 보면 웃지 않기가 쉽지 않다. 나이가 얼마인데, 갑자기 이 나라에 뚝 떨어진 것처럼 글을 이어간다. 1991년에 미군이 전술핵을 뺐다고 친절히 알려준다. 그때 대통령은 노태우다. 지금이 민주당 정권이 아니었으면 이런 글을 썼을까 싶은데, 공과가 다름에도 모든 대통령을 엮어 넣는 식으로 글을 썼다. 그 기간에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이런 글도 쓰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사람들은 그렇게 자세하게 과정을 기억하지 않음을 이용했다.

출처: 조선일보 사이트 캡쳐

북한 핵이 표면화된 것은 1989년 9월 15일이다. 프랑스 상업 위성 SPOT 2호에 의해 북의 비밀 핵시설이 촬영, 공개되면서 북핵 문제가 마침내 수면 위로 부상한다. 냉전 시대가 끝나가는 시기, 북한은 위기감을 느꼈을 게 분명하다. 카터 대통령 시절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불거지자 핵 개발을 추진한 박정희의 생각과 다를 리가 없다. ‘내로남불’이라는 속어는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박정희가 개발하면 영도자가 되는….

그런데 되짚어보면,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북한이 핵을 실제로 포기할 가능성이 큰 시기에 누가 일을 망쳤나 살펴보면 이는 새누리당 집권 시기와 딱 들어맞는다. 이 사람이 말하는 '대통령들의 바보 드라마'에서 주연급 배우라면 역대 대통령들일 텐데,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북한 핵에 대한 접근방식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1993년 NPT를 탈퇴하면서 전면적으로 문제가 된 시기에 김영삼 정권은 군부독재 출신인 노태우가 북방정책을 펴온 시대적 상황을 무시하고 북한 핵에 대응해 팀스피릿 훈련을 재개하는 등 초기에는 강경하게 대응했다. 그러나 이후 1994년 제네바 합의에 이른다. 북한은 핵사찰을 받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국제사회가 치르기로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부시 정부가 출범하고 9.11 테러가 발생한 이후 상황은 급변한다. 경수로 지원이 지지부진하게 지연된 것이 원인이 되어 결국 제네바 합의는 깨졌다.

다시 문제가 되자, 이번에는 6자회담의 틀이 적용됐다. 2005년, 9.19 공동성명이 나오고, 분위기가 호전될 무렵 미국은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대해 금융제재를 가했다. 달러화 위조와 돈세탁 의혹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로 말미암아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다고 할 2,500만 달러의 북한 계좌가 동결된다. 연쇄적으로 금융거래에 타격을 입은 북한은 미국에 동결 해제를 요청했으나, 미국은 그 대가로 핵 포기를 요구한다. 재미있는 방법이다. 혐의가 있다고 일단 사람부터 가두고 나서 보석금 요구하는 식과 비슷하다.

그 결과가 바로 북한의 1차 핵실험이다. 이게 2006년 10월 9일이다. 그런데도 협상은 이어졌고, 북한은 6자회담 복귀의 뜻을 비쳤고, 미국은 원칙을 바꾸어 양자가 직접 대화를 하여 6자회담 재개에 합의한다. 그 결과 2007년 2.13 합의가 이루어지고, 11월에 북한은 불능화 조치에 착수한다. 2008년 6월 북한은 핵 신고서를 제출했으며, 미국은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절차에 착수했다. 뉴욕 필하모닉이 평양에서 연주하고, 북한은 영변 냉각탑도 폭파했다. 그런데 그 이후 어떤 일이 발생했나?

이명박은 비핵화를 하면 3,000달러 국민 소득을 만들어주겠다는 등의 발언을 일삼았고, 그나마 지렛대 역할을 하던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까지 철수하는 등 남북관계를 아예 파탄 낸 정권은 바로 이명박 박근혜 정부였다.

역사가 이런데, 이 사람은 주주총회를 빗대어 한국이 주식 한 주도 없는 상황인데 무슨 운전석 운운하느냐는 식으로 글의 처음을 장식한다. "주식은 한 주도 없으면서 대주주들과는 다 척을 졌다. 미국하고 이상하고, 일본하고 멀어졌고, 중국하고 틀어졌다. 북한이란 새 주주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라고 썼는데 말은 맞는 말이다. 그놈의 조금이나마 있던 주식은 이명박 박근혜가 다 털어먹었으니 맞는 말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이 사람은 대통령 모두가 다 바보였다는 식으로 엮어낸다.

이런 말장난 비슷한 실력을 보건대 아마도 명불허전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면 딱 맞을 듯하다. 가히 조선일보만이 이런 글을 출고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 사람의 글은 교언영색에는 딱 맞고 곡학아세에는 무식함이 과해 조금 맞다. 깊이 따지면서 읽으면 한마디로 쓰레기라는 얘기다.

박정원 편집위원 pjw@pressbyple.com

<저작권자 © 프레스바이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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