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불안이 비정상적 경제활동을 부추긴다

기사승인 2017.08.25  20:10:36

공유
default_news_ad2

- 도박이든 투기든 무슨 짓이든 해서라도 돈을 벌어야 대우받는 사회

젊은 직장인 둘이 대화를 한다. 아파트 분양권 얘기다. 무주택자이니 청약저축 등을 준비해 두었다가 분양만 받아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아파트를 완전히 살 자금은 없다. 기왕 신청할 거면 강남 등의 금액이 큰 아파트 분양에 도전하는 게 좋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름 아닌 분양권 전매를 이용하라는 내용이다.

계약금 넣고 신청한 후 분양받는 데에 성공만 하면 전매차익이 생긴다는 것인데, 그런 거로 돈 벌면 안 된다는 신조로 살아온 나로서는 실로 자괴감을 느끼게 하는 대화 내용이다. (무주택 기간이 얼마냐에 따라 선정하면 내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1순위일 텐데…) 얘기인즉슨 잘만 하면 한 번에 1억 이상도 벌 수 있다고 한다. 맞는 얘기다. 수십억을 호가하는 아파트의 경우 전매 프리미엄이 이 정도는 되고도 남는다.

아파트를 투기의 수단으로 일삼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런 소시민은 분양권 당첨이 곧 복권 당첨과 똑같다. 투기꾼은 프리미엄 얼마를 주고 전매로 사들인 후에 임대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나아가 또 아파트를 이런 식으로 늘려나간다. 얼마 전 보도에 보니 무려 2천 채 이상을 가진 개인이 있다고 하는 걸 보아 꿈이 아닌 현실이다. 놀라운 현실이다.

아파트 분양광고 이미지들 (구글 검색 화면 캡쳐)

어제인가 편의점에 들어섰는데 복권 진열장에 이상한 글귀가 있어 읽었다. 복권총량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취급점마다 총량을 정해 공급한다는 것인데 매대를 보니 몇 가지 복권은 이미 재고가 없었다. 경기가 안 좋을 때면 더 잘 팔린다고 한다. 얼마나 희망이 없으면 복권일까 싶기는 하다. 이 나라에서의 경제적 실패는 곧 죽음과 가깝다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어떤 방식으로 벌었는지 따지지도, 묻지도 않는 사회, 재력이 곧 신분처럼 굳어진 이상한 사회가 되어버린 대한민국에서 빈곤이란 곧 천형과 같다. 실패는 곧 죽음과 같고, 실업자가 되면 요즘은 가족으로부터도 외면당하는 가장들이 차고 넘치는 사회가 되어버린 사회에서 사람들은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든 내일의 생존을 장담할 수 있는 돈을 갖고 있어야 안심할 수 있다.

내일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이 불안이 결국 일확천금을 꿈꾸게 한다. 직장도 영원히 보장되는 것이 아니고, 개인사업을 해도 언제 망할지 모르는데 나이는 들어가고, 험한 일을 할수록 거꾸로 상대적 임금이 적은 기형적 사회이기 때문이다.

상상적 예를 하나 들어보자. 번듯하게 직장생활을 하다가 실업자가 되거나 개인사업을 하다가 망한 경우, 건설현장 노동자 등 위험하고 힘든 일이라도 하면 상대적으로 받는 임금이 크다고 가정했을 때, 이런 불안과 고충은 줄어들 게 분명하다. 몇 년 고생하면 재기의 밑천을 만들 수 있고, 좋은 아이디어 하나면 담보 등 다른 것을 묻지 않고 금융기관이 사업자금 대출을 해주는 사회라면 언제 닥칠지 모를 실업이나 사업의 실패는 또 하나의 자원이 된다. 실패의 경험보다 큰 자원은 드물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와 정반대이다.

그럼 사람들은 당연히 이 사회현상에 대해 개인적 대비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든 여유자금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건 당연지사다. 그러니 주식시장도 건전한 장기투자보다는 대박을 꿈꾸는 이들이 몰려들고, 부동산이든 복권이든 한 번에 많은 걸 얻으려는 심리가 사회 저변에 깔렸다. 로또, 토토 등 가짓수를 헤아릴 수 없는 복권들과 경마, 카지노 등등 전통적인 도박은 물론이거니와, 생활에 필수재인 부동산이 투기의 대상이 된 것은 부모들이 자랑삼아 떠드는 통에 아마 세 살 어린아이도 알 것 같다. 그렇게라도 벌은 부모라야 제대로 된 부모인 거다.

내일에의 불안이 비정상적 경제활동을 부추기는 사회에 미래가 있을까? 이건 굳이 답이 필요 없을 정도이지만, 우리 사회는 브레이크 고장 난 기차처럼 거세게 달리고 있다. 장담할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뻔히 보이는 파국의 벽을 향해.

박정원 편집위원 pjw@pressbyple.com

<저작권자 © 프레스바이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