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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해결과 6자회담이 가야할 길

기사승인 2017.08.25  06:3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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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보 질서를 재정립하지 않으면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자. 당장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것은 6자회담이 아니라 북미 간의 직접 대화다. 6자회담은 동아시아 집단안보 구축 등을 협의하는 중장기적 대화의 틀로서는 의미가 있겠지만, 단기적으로는 북한과 미국이 직접 대화를 하기 위한 들러리 용도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북한의 주장은 미국보다 분명하다. 자신들 내부의 체제가 세습이든 무엇이든 간섭하지 말라는 것이고, 군사적 위협을 멈추고 불가침을 약속하라는 것이다. 나아가 이미 유엔에 가입한 독립국으로서 정전 중인 상태를 해소하고 평화협정을 맺자는 것이며, 수교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은 북한에 대한 요구가 불분명하다. 최소한 북한의 핵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르기 전까지는 그랬다. 백기 들고 항복 선언을 하라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그냥 휴전 상태로 가만히 있으라는 식의 대응이 전부였는데, 이는 미국과 소련 간의 냉전 기간 내내 유지됐다. 냉전의 희생자는 북한이자 대한민국이라는 정의에 아니라고 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소련은 붕괴했고, 한국은 중국 러시아와 수교하는 등 국제 정세가 정말 순식간이라고 해도 좋을 단시간 내에 바뀌었다. 북한으로서는 갑자기 자신들의 안보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른 것이다. 한국은 이런 일을 먼저 겪었다. 1979년에 취임한 지미 카터 미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공약이 바로 그것이었는데 한국은 당시 핵무기 개발을 추진했다. 1991년 이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북한에서 벌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9년 당시 한국에서의 주한미군 철수는 백지화되었고, 미국은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국에 대한 방어를 재확인했다. 핵 개발은 중지됐고, 주한미군은 인계철선이 되어 최전방에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전쟁이 나면 자동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이어갔다. 반면, 북한의 상황은 이와 다르다. 중국은 조약에 의해 자동개입이 약속되어 있었지만, 주둔하는 상황이 아니었고, 러시아는 북한에 눈 돌릴 처지가 아니었다.

이 정도쯤 되면 어느 국가든 자주적 국방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안 하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아마 북한 핵의 본격적 개발은 이때부터 급속히 이루어졌을 게 분명하다. 역사가 순리적으로 흐른다고 가정했을 때, 미국과 북한은 이 시점에서 뭔가 전쟁의 종결을 두고 대화에 나섰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미국의 당면 문제로 중국이라는 존재가 두드러지기 시작한 게 아마도 그 이유일 것이다.

2015년 북한이 공개한 북극성 1호의 발사 모습

결국, 북한은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다. 이게 북한 핵 문제가 수면으로 올라온 시점이다. 이후 북한 핵은 여러 굴곡을 겪으면서도 개발을 멈추지 않았고, 이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 발사 미사일(SLBM)까지 확보한 상태에 이르렀다. 심지어 미국 본토에 도달하느냐 못 하느냐를 두고 설왕설래하는 단계에 이른 마당이다.

이게 현실이다. 이제 북한과 미국, 미국과 북한 간의 직접 협상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한반도는 물론 주변 국가까지 연쇄적으로 전쟁에 휘말릴 수도 있고, 연쇄적으로 핵 개발에 나설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단기적 비극에 머물지 않고 중장기적으로는 세계의 패권 구도까지 다른 양상으로 급격히 바뀔 가능성까지 존재한다.

지금의 인류는 몇 시간이면 어디라도 공격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이 정도의 상호확증파괴 군사력을 가진 나라가 벌써 10여 개를 넘어섰다. 적어도 혼자 죽는 상황에 부닥칠 위험은 피한 나라들인데, 이들 나라는 모두 핵무기로 무장한 상황이다. 이는 달리 보면 단독적 패권이라 할 미국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제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이게 미국의 현실이자 다극화되는 세계의 현실이다.

어항에 천적 한 마리를 넣으면 더욱 건강하게 물고기들이 자란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한 마리가 아니라 여러 마리의 포식자가 득시글거리면 살아남을 물고기는 없다. 먹이사슬이 무너지고 결국 포식자끼리 마지막 싸움을 벌이다 모두 죽는 참극이 인류에게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뜻이다.

일본을 두고 잠재적 핵보유국이라는 표현을 가끔 한다. 원자력 발전소가 많다는 것은 보유 플루토늄이 많다는 것이고, 이를 가공하면 몇 개월 만에 수백 수천 개의 핵폭탄을 만들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아예 재처리로 원료를 생산한다는 명분으로 40톤이라는 엄청난 양의 플루토늄을 수입까지 한 나라다. 한국도 시간이 일본보다 조금 더 걸리겠지만 무시하고 달려들면 가능한 나라에 속한다.

북한 핵의 문제는 바로 이런 점에서 중대한 문제가 된다. 명시적으로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면 심각한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이미 이란은 미국과 협상을 했음에도 평화적 이용이라는 이유를 들어 핵 개발을 계속하겠다고 천명한 상황이다. 미국으로서는 동시다발적으로 각 대륙에서 몇 개의 나라가 핵 개발을 천명하고 나서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의 상황에 빠질 우려가 크다.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대륙에 있는 국가들까지 너도나도 핵무기를 보유하고 전쟁에서의 핵무기 사용이 당연시되는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면 지금 인류는 핵무기에 대해 공동체적 합의를 해야 한다. 이는 핵을 보유한 국가들부터 양보하고 협상에 나서는 것이 순서일 수밖에 없는 문제다. 모두 없앤다는 비현실적 이야기가 아니라 어떻게 서로 핵무기를 상호 검증하고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드느냐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그게 아니면 보유하지 않은 나라에 이래라저래라 할 면목이 서지 않는다. 차제에 아예 전 세계적 안보 질서를 재정립하지 않는 한 북한은 핵을 폐기하라고 아무리 말해도 들을 리가 없고 그렇게 해서 얻을 이익이 거의 없다. 어느 나라도 어느 생물도 먹이사슬의 아래 단계가 되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한 본능이다.

6자회담은 바로 그런 논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적어도 아시아 지역에서의 집단안보 시스템을 합의하는 장으로라도 성공적 결과를 얻어야 한다. 그게 지혜로운 인류가 갈 길을 보여주는 선례가 될 것이다.

박정원 편집위원 pjw@pressbyple.com

<저작권자 © 프레스바이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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