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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과 샤머니즘, 그 광기에 대하여

기사승인 2015.11.11  16: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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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포털 사이트와 SNS에서는 하루종일 박 대통령의 어록들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극강의 유체이탈 어록들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오른 박 대통령이 어제 여러 차례에 걸쳐 국민의 혼을 쏙 빼놓았기 때문이다. 이명박에 의해 모습을 드러낸 유체이탈은 박 대통령에 이르러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 어렵다는 유체이탈의 도술을 하루에 수차례나 자유자재로 구사한 대통령은 일찍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2015년 11월 10일을 대한민국 유체이탈사의 기념비적인 날로 기록해야만 한다. 정부는 국민사기 진작 차원에서 이날을 '유체이탈의 날'로 지정해보는 것은 어떨까.

박 대통령의 금과옥조 같은 어록들은 하나같이 영혼이 몸을 떠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것들이다. 마치 방언처럼 터져 나온 주옥같은 박 대통령의 어록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먼저 그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는 것이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무서운 일"이라며 국정화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영혼이 육체와 분리되는 유체이탈의 초절정 고수답게 그는 '혼'을 역사문제에 끌어들였다. 그에게 대다수 역사학자들과 일선교사들, 세계 유수의 언론들과 석학들, 일반시민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현실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는 국정교과서다. 이를 강행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절차와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적어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여건이라도 구비해야 한다. 이것이 최소한의 상식이다.

그런데 막무가내다. 과정의 문제는 둘째치고라도 교과서 집필진이 누구인지조차 공개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러고도 투명하고 객관적이며 올바른 교과서가 나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온전히 믿을 국민이 과연 누가 있을까. 정부는 보편적 상식과 이성을 무시한 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고 있다. 이는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한 혼이 없는 인간들의 비정상적인 억지이며 독단이다. 외눈박이들의 세상에서는 두눈박이들이 비정상이 되는 법이다. 외눈박이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정치를 하고 법을 주무르고,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역사까지 뜯어고치려 한다. 생각만으로도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총선을 앞두고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국무회의 도중 국회을 향해 노동개혁 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를 다그치면서 '국민 심판론'을 거론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께서도 국회가 진정 민생을 위하고 국민과 직결된 문제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도록 나서주시고, 앞으로 그렇게 국민을 위해서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통령의 발언 중 특히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은 부분은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 달라"는 대목이었다.

그에게 '진실하다'라는 어휘는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 것일까. 그의 발언을 접하고 가장 먼저 떠오른 의문이다. '진실하다'라는 어휘는 '마음에 거짓이 없이 순수하고 바르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박 대통령에게 과연 '진실하다'라는 어휘를 사심 없이 사용할 수 있을 만한 자격이 있을까. 여전히 의문스럽다. 그러나 적어도 대통령 취임 이후 그가 보여준 행적들은 '진실함'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옛말에 이르기를 유유상종이라 했고, 사람의 됨됨이는 그 주변을 보면 능히 알 수 있는 법이라 했다. 그가 임명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진실함'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탈세, 논문표절, 위장전입, 군면제, 부동산 투기, 이중국적 등 한결같이 '사리'를 탐해온 자들이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이들을 중용했다. 어이없게도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공직기강과 부정 부패 척결을 천명하면서.

어쩌면 대통령에게 '진실하다'라는 의미는 자신을 향한 거짓 없고 순수한, 그리고 절대적인 충성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아니라면 '진실하다'라는 수사가 이처럼 저급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진실하다'란 어휘를 본뜻 그대로 현실에 적용시킨다면 모르긴 몰라도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 공직자들의 태반은 목이 떨어져 나갈 것이고, 내년 총선에 출마할 예정인 측근들 대부분은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해야 정상이다. 대한민국이 정의로운 나라라면 말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민생에 대해서도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그는 국회의 법안처리 지연을 성토하면서 "모든 것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 국회에서 모든 법안을 정체상태로 두는 것은 그동안 말로만 민생을 부르짖은 것이고, 국민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동개혁 5개 법안, 한중 자유무역협정 비준안, 관광진흥법•국제의료사업지원법•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의 국회처리가 미뤄지면서 국민의 삶과 경제 활성화에 심대한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의 말만 놓고 보면 민생 파탄의 원인이 모두 국회에, 더 정확히는 야당의 발목잡기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통령의 멀티태스킹 능력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유체이탈도 모자라 여기에 더해 적반하장까지 적재적소에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국정교과서를 강행시키며 정국을 혼란과 갈등, 분열의 도가니로 밀어 넣은 당사자는 다름 아닌 대통령 자신이다. 자신이 초래한 국정난맥을 야당 탓으로 전가하는 것은 치졸하기가 이를 데 없는 뻔뻔함 그 자체다.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국민의 삶과 직접적으로 어떤 연관이 있다는 것인지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대선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는 이미 오래전에 폐기되었다. 박근혜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은 오히려 저임금 비정규직화를 지향하며 노동자의 희생을 또다시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간제 일자리 늘리기, 35세 이상 기간제 사용 연장과 55세 이상 파견 업종 확대,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 등 역시 노동환경 개선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여기에 더해 관광진흥법•국제의료사업지원법•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민생법안이라기보다는 재벌을 위한 법안일 뿐이며 여기에는 '민영화'라는 치명적인 독수마저 포함되어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난 국회 시정연설에서 강조했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서비스산업 시장을 민영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이 법안에는 의료•보건 분야는 물론이고 교육과 복지를 비롯한 공공서비스 영역까지 포함되어 있다.

아무리 살펴봐도 이것들은 민생을 살리는 법안이 아니라 민생을 죽이는 법안들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이 법안들을 하루빨리 통과시키지 않으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 말하고 있다. 유체이탈에 적반하장, 여기에 더해 고도의 기만술까지 정말이지 못 하는 것이 없다. 그래서일까. 박 대통령의 기이한 도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국민들이 아직도 상당하다. 쉽게 말해 단단히 홀려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도력은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철석같이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어쩌면 자신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그 역시 '반신반인'으로 추앙받게 될 날이 도래할지도 모르겠다. 국정원 사건부터 시작해서 세월호 참사, 그리고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와 헌법가치를 농단하는 대통령의 광기어린 행동에도 그의 자리가 여전히 굳건한 것을 보면 그 가능성은 대단히 농후하다.

죽은 자를 신의 영역으로 끌어 올린 것도, 그의 자식을 같은 반열로 이끌고 있는 것도 모두 산 자들의 샤머니즘적 욕망이 기저에 놓여 있다. 21세기 최첨단 디지털 시대에 벌어지는 광기의 샤머니즘이라니, 이 얼마나 볼썽 서러운 광경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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