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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전문 바꿔 반역죄 피한 친일파들

기사승인 2015.11.10  11:3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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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지워지지 않는다

국정교과서 논란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한편으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하자는 말도 심심치 않게 나도는데,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살펴보자. 헌법 개정의 발자취를 보면 헌법 전문에 임시정부의 인정 여부가 다르다. 이는 단지 헌법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에 따라 형법 적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금의 헌법은 대한민국 헌법으로는 열 번째 헌법이다. 1925년 4월 7일 제정된 임시정부 법령 제3호인 대한민국임시헌법까지 치면 열한 번째라고 할 수 있다. 1948년 7월 17일 제정되고 시행된 헌법의 전문에는 대한민국이 기미 삼일운동으로 건립되었다고 나온다.

대한민국헌법 [시행 1948.7.17.] [헌법 제1호, 1948.7.17. 제정]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며 모든 사회적 폐습을 타파하고 민주주의제제도를 수립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케 하며 각인의 책임과 의무를 완수케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여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결의하고 우리들의 정당 또 자유로히 선거된 대표로써 구성된 국회에서 단기 4281년 7월 12일 이 헌법을 제정한다.

이런 전문의 첫 부분은 1960년 11월 29일 일부 개정된 제5호 헌법까지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헌법 [시행 1960.11.29.] [헌법 제5호, 1960.11.29. 일부개정]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며 모든 사회적 폐습을 타파하고 민주주의제제도를 수립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케 하며 각인의 책임과 의무를 완수케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여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결의하고 우리들의 정당 또 자유로히 선거된 대표로서 구성된 국회에서 단기 4281년 7월 12일 이 헌법을 제정한다.

그런 헌법의 전문이 바뀐 것은 박정희 정권이 들어선 이후이다. 전부 개정된 헌법 제6호에는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이 건립되었다는 부분이 사라져 전두환 정권 때까지 이어진다. 삼일운동의 독립정신은 계승하지만, 삼일운동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이 건립된 것을 부정한 것은 똑같은데, 달라진 점이 있다면 5·16 혁명 부분이 사라졌다는 것쯤이다.

대한민국헌법 [시행 1963.12.17.] [헌법 제6호, 1962.12.26. 전부개정]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의 숭고한 독립정신을 계승하고 4·19의거와 5·16혁명의 이념에 입각하여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건설함에 있어서,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며 모든 사회적 폐습을 타파하고 민주주의 제제도를 확립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여,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된 헌법을 이제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대한민국헌법 [시행 1980.10.27.] [헌법 제9호, 1980.10.27. 전부개정]

유구한 민족사, 빛나는 문화, 그리고 평화애호의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의 숭고한 독립정신을 계승하고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에 입각한 제5민주공화국의 출발에 즈음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하는 새로운 역사를 창조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1960년 6월 15일, 1962년 12월 26일과 1972년 12월 27일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이런 굴곡을 겪은 우리 헌법은 87년 6월 항쟁의 산물로 전부 개정되게 된다. 바로 지금의 헌법이다. 당연히 헌법 전문에 5·16 혁명이라는 표현 따위는 사라졌고, 대한민국은 삼일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었다고 명시하고 있다. 1962년 개정된 이후 무려 25년여 만에 대한민국임시정부가 되살아난 것이다.

대한민국헌법 [시행 1988.2.25.] [헌법 제10호, 1987.10.29. 전부개정]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헌법의 전문이란 이 국가의 정체성을 총체적으로 표현한 부분으로 사실상 헌법의 모든 정신을 담은 부분이다. 이 중요한 전문에 임시정부의 법통이 이어졌는지 아닌지는 형법과 관련이 깊다.

우리 형법은 죄를 나열하기 시작하는 제2편 각칙의 첫 번째와 두 번째에 내란의 죄와 외환의 죄를 명시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도 피해 갈 수 없는 죄목이다. 대통령도 내란과 외환의 죄에 속하면 형사소추의 대상이 된다.

제91조에는 국헌문란을 정의하고 있는데,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과 헌법에 따라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요즘 국회 돌아가는 꼴을 보면 이 대목을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마치 유신헌법 시대 정도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국가가 유지되려면 내란보다 외환의 죄가 더 큰 죄이고, 그렇다면 내란보다 외환의 죄를 형법에서 우선 다루어야 할 것인데, 내란의 죄를 첫 번째 죄로 한 게 특이하다고도 할 수 있다. 아마도 군사쿠데타의 역사와 깊은 연관이 있을 것이다.

이어지는 외환의 죄를 보면 92조에 ‘외환 유치’, 93조 ‘여적’, 94조 ‘모병이적’, 95조 ‘시설제공이적’, 97조 ‘물건제공이적’ 등의 순으로 이어진다. 외국 또는 외국인과 통모하여 대한민국에 반한 행위를 한 것이 외환유치이고, 적국과 합세해 대한민국에 대항한 게 여적이다. 그뿐 아니라 적국을 위해 병사를 모집하거나 이에 응한 자는 모병이적이며, 적국에 시설 또는 장비를 제공한 자는 시설제공이적, 군용이 아닐지라도 전투용으로 쓸 수 있는 물건을 적국에 제공한 자 또한 물건제공이적으로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이밖에 99조에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제공한 자를 일반이적죄로 다스리고 있다.

어디서 많이 듣던 일들이다. 바로 일제강점기 친일파들이 자행한 행위들이 바로 형법에 명시한 외환의 죄에 속한다. 삼일 기미독립운동으로 세워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이 이어진다면 말이다.

그러므로 헌법에 대한민국의 건립이 어느 시점이냐에 따라 형법 적용에서도 법리적 해석이 당연히 갈릴 수밖에 없다. 삼일운동 이후에 위와 같이 외환의 죄를 범한 자는 처벌받아야 할 중대 범죄자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법리적 모순을 없애기 위해 이들은 헌법의 전문을 바꾼 것이고, 오늘날 벌어지는 국정교과서 논란 등은 이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판단의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지금 국정교과서를 주장하는 대다수 인사는 1948년 8월 15일에 대한민국이 건국돠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역사는 지워지지 않는다.

 

박정원 편집위원 pjw@pressbyple.com

<저작권자 © 프레스바이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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